그리스도향기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24년 8월 10일/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로킴 2024. 8. 9. 21:35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24년 8월 10일/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 요한복음.12,24-2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4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25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26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요즘 시대를 평가한다면, ‘러닝머신 같은 시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움직이는 러닝머신 위에 올라가서 그냥 서버리면 뒤처지면서 러닝머신에서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열심히 뛰면 어떨까요? 그냥 그 제자리를 지킬 뿐입니다. 이처럼 쉬면 뒤처질까 봐 멈추지 못하고, 열심히 살아봤자 겨우 제자리 정도인 시대가 요즘이 아닐까요? 이런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공의 법칙과 자기 계발에 몰두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건국 이래로 가장 많은 사람이 번아웃을 겪고 있는 시대입니다. 심지어 사제조차 뒤처짐을 느끼면서 어려움을 느끼는 시대입니다.



다들 바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어찌나 바쁜지 초등학생도 “너무 바빠요.”라고 말합니다. 저 역시 이제 습관적으로 바쁘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평상시의 제 생각은 자기만의 속도로 느리더라도 단단하게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살기란 너무나 힘듭니다. 바쁘게, 그렇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어서 단단하지 못한 채 앞으로만 힘들게 가고 있습니다.
책을 남들보다 조금 많이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 다른 아이들처럼 글자 많은 책을 보면 “와! 글씨가 너무 많아.”라면서 책 읽는 것을 포기했던 저였습니다. 이런 제가 신학교에 들어간 뒤, 책을 통해 저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책 한 권 읽는다고 지식이 팍팍 들어오면서 단단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30년 넘게 꾸준히 책을 읽다 보니, 이제야 조금씩 단단해지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주님을 따르는 것도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단단한 믿음이 묵주기도 한 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미사 한 번, 피정 한 번 등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주님을 따르는 길을 향할 때,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입니다.


성 라우린세오 축일을 지내는 오늘입니다. 성인께서는 부제로 세상에 주님께 대한 믿음을 증거하면서 순교하셨습니다. 그런데 단번에 이런 믿음이 생겼을까요? 아닙니다. 꾸준히 주님의 뜻을 따르면서, 단단해질 수 있었고 순교의 월계관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습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땅에 떨어져 죽은 밀알 하나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었기에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이 세상 안에서 교회가 찬란히 발전할 수 있었던 역할을 하셨습니다.


우리도 주님께 대한 믿음을 키워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단번에 믿음이 생기길 원한다고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은 계속해서 주님을 따를 때만 가능했습니다.


오늘의 명언: 행복이란 자신의 몸에 몇 방울 떨어뜨려 주면 다른 사람들이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는 향수와 같다(랠프 왈도 에머슨).


 
사진설명: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