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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하면 부석사와 함께 빨갛게 익어가는 가을의 사과밭이 떠오른다. 또 울창한 소나무숲과 맑은 바람 사이로 옛 선비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고장이다. 선비촌과 소수서원의 고즈넉한 풍광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마치 '통(합격)' '불통(불합격)' 하는 스승의 호통소리에 맞춰 울고 웃던 젊은 유생이 나타날 것만 같다.
=영주의 대표 문화유적지인 소수서원(사적 제55호)과 선비촌은 소백산 제1자락 시작점인 순흥면에 위치해 있다. 조선 500년을 관통하는 유학 이념이 곳곳에 녹아있어서인지, 가족여행객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자락이기도 하다. 소수서원은 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운 한국 최초의 서원이자 임금이 현판을 하사한 최초의 사액서원이기도 하다. 서원은 300~1000살이 가까운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숲길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학문을 닦고 배우는 공간인 강학영역과 의례를 올리는 제향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특히 스승이 머물던 건물은 제자들이 머물던 학구재나 지락재보다 높이가 높고, 위치도 두칸 앞으로 나와 있는 등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는 유교적 교육관도 살펴볼 수 있다. 인근 선비촌은 옛 선비들의 생활상을 체험을 통해 알아볼 수 있도록 재현한 곳이다. 12채의 기와집과 초가가 복원돼 있는데 선비촌 관람이 끝나는 오후 5시 이후엔 고택체험을 위해 숙박도 가능하다. 밤이 되면 청사초롱이 길목을 밝힌다. ▶선비들 애환서린 죽령 옛길을 걷다 =소백산 3자락이 시작점인 소백산역(희방사역)부터 느티쟁이 주막, 주점터를 거쳐 죽령주막까지 약 2.8km 가량은 옛길 중의 '옛길'이다. 그래서 이름도 죽령 옛길이다. 이 길은 조선시대부터 1910년대까지 경상도 동북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서울을 왕래하기 위해 오가던 고갯길로 가장 험한 구간이었다고 한다. 해방 이후 교통수단의 발달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죽령 옛길은 오랜 시간 숲과 덩굴에 묻혀 있다가 1999년 영주시의 복원으로 일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죽령터널을 발아래 디디고 쉬엄쉬엄 걷는다. 꿈을 가득 안고 서울을 향했을 옛 선비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천천히 걸어도 넉넉하게 1시간이면 종착지 죽령주막에 도착한다. 점심으로 곤드레밥을 먹어도 좋고, 저녁이라면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하산하면 '꿀맛'이다. 출발지인 소백산역까지는 영주 시내버스터미널에서 25번 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3회 운행한다. ▶어머니 품 같은 무섬전통마을 =영주시내에서 30분 가량 이동하면 문수면 수도리에 위치한 무섬마을에 이른다. '물위에 떠있는 섬' 이라는 뜻에서 한자로 수도리(水島里)라고 쓴다. 실제 섬은 아니지만 강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 마치 섬처럼 보인다. 안동 하회마을과 예천 회룡포 역시 대표적인 물돌이 마을이다. 반남 박 씨와 선성 김 씨의 집성촌인 무섬마을에는 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는 해우당과 만죽재를 비롯, 50여채 고택이 자리잡고 있다. 이 중 16채는 100년이 넘은 조선 후기 전형적인 사대부 가옥으로 인터넷 예약을 통해 민박도 가능하다. 최근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어 경쟁이 치열하므로 여러번 '클릭'품을 팔아야 한다. 고즈넉한 한옥 마루에서 가마솥에 끓인 옛 국수, 숯불 떡갈비 등을 맛보는 행운을 얻었다면 신을 신고 나와 화장실에 가는 불편함은 아무것도 아니다. 무섬마을의 집들은 중심부의 얕은 산과 마을을 휘감아 돌아나가는 강물 덕에 어느 곳에 자리잡아도 '배산임수'의 명당이 되는 축복을 받았다. 은백색 모래사장이 펼쳐진 내성천의 외나무다리는 고즈넉한 풍취를 선물한다. 30년 전만 해도 마을 사람들과 육지를 연결해준 유일한 다리였다. 매년 10월 무섬외나무다리 축제가 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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