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원짜리 초밥에 대구탕으로 마무리하는 서민형 일식당
두 남자의 점심메뉴는 1만 원짜리 초밥
이른 점심을 먹으러 젊은 인턴사원과 사무실을 나섰다. 회사에서 양재천을 건너면 양재동 카페거리가 나온다. 좀 색다른 음식을 먹고자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걸었다. 걷다 보니 일식당 < ;서린 > ;이 보였다. 갑자기 초밥 생각이 났다. 인턴사원에게 "1만 원짜리 초밥을 먹어 보자"며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손님의 메뉴 선택은 순간적이다. 식당 외부 피오피(P.O.P.)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함께 한 인턴사원은 미래 외식산업 예비 종사자로 음식에 대한 탐구정신이 강하다. 입사한지 채 몇 달도 안 되었는데 체중이 급속하게 증가했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이 친구에게 저가형 초밥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 ;서린 > ;은 작은 규모의 식당이다. 가족중심으로 운영하는 것 같다. '서린'이라는 상호는 지금은 없어진 무교동의 호텔 이름이다. 고급 호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잘 모르지만 이 식당 주인장이 예전에 서린호텔 일식부에서 근무했던 것 같다. 저렴한 서민형 일식집이지만 주인장이 고급 호텔 일식부 출신이다.
이른 시각인데도 몇몇 테이블에서 중년 손님들이 탕을 먹고 있었다. 이 집의 점심 주력메뉴는 탕이다. 서더리탕, 대구탕, 알탕 등이 5,000원에서 8,000원으로 저렴하다. 역시 대부분의 손님들이 탕을 주문했다. 이른 점심시간에 탕을 먹는 손님은 아마 해장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피스 상권 식당에서 '해장' 개념을 도입한 것은 영업적으로도 유리하다. 한국식으로 변형된 일식집에서도 탕반(湯飯)은 매우 중요한 메뉴다.
우리는 초밥을 주문했다. 초밥을 주문한 이유는 전적으로 가격 때문이었다. 일식집에서 이렇게 단돈 1만원에 초밥을 파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그곳도 강남 소재 일식당에서.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식이나 횟집이 매우 어렵다고 하는데 이 집은 전혀 지장이 없다고 한다. 워낙 저렴하고 월등한 가성비 중심으로 점포를 운영해 그런 모양이다.
초밥 2인분이 나왔다. 1인분 당 12피스다. 네타(생선)가 큼직하지는 않지만 양은 적지 않다. 1만원에 일식당에서 초밥 12개를 먹는 것 자체가 고마울 따름이다. 연어초밥부터 먹었다. 탁월한 맛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초대리가 진하지는 않았지만 입안에서 쓱쓱 넘어간다. 그래도 초밥을 제대로 먹고자 네타에다 간장을 찍었다. 밥 부위에 간장을 찍으면 맛이 흐트러진다. 다 일본 음식만화에서 들은 풍월이다. 필자는 초밥을 먹을 때 락교는 거의 안 먹고 가리(がり초생강)를 곁들여서 먹는다. 초밥 본고장인 일본에서는 초밥을 내올 때 락교는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마무리는 5,000원짜리 대구탕으로
1만원에 이 정도 초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나쁘지 않다. 아마 주인장이 마음먹고 초밥을 만든다면 꽤 괜찮은 초밥도 가능할 것이다. 이 일식당은 맛과 질보다는 가격에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초밥 12피스는 두 명의 거한들에게 코끼리의 비스킷이다. 그래서 대구탕도 한 그릇 주문했다.
대구탕도 5,000원으로 저렴하기는 매한가지. 냉동이기는 하지만 대구탕 맛도 괜찮았다. 조미료 맛은 좀 났지만 대구 살도 비교적 부드러웠다. 두 명이 초밥을 먹은 후 대구탕 한 그릇을 반씩 나누어 먹으니 적당한 느낌이었다. 장사를 꽤 잘하는 중가형의 어느 초밥 체인점은 초밥을 먹고 나서 마지막에 매운탕과 밥을 소량 제공한다.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초밥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비싸다. 유명 호텔 초밥은 점심에도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런가 하면 저렴한 초밥은 질이 너무 떨어진다. 저급한 초밥을 먹을 바에는 일본 가서 마음껏 먹고 오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도 든다. 일본 후쿠오카는 비행기 왕복 요금이 저렴할 때는 10만 원 대에도 다녀올 수 있다. 다음 주 몇몇 지인들과 함께 후쿠오카를 방문할 예정이다. 다양한 식도락 여행을 계획했지만 그래도 초밥은 두 번 이상 먹어줄 생각이다.
지출내역(총 3인, 1인 포장주문 포함) 생선초밥 3인분 3만원+ 대구탕 5,000원= 3만 5000원
< ;서린 > ; 서울 서초구 양재동 92 (02)529-3914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콘셉트 기획자다.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면서 인심 훈훈한 서민음식점을 사전 취재 없이 일상적인 형식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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