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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2022.04.16)“마스크가 없으신가 봐요. 이거 쓰세요.”

그리스도향기

by 로킴 2022. 4. 1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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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2022.04.16)“마스크가 없으신가 봐요. 이거 쓰세요.”

2022년 4월 16일 성토요일
                                              복음 없음

성토요일에 교회는 주님의 무덤 옆에 머물러 주님의 수난과 죽음, 저승에 가심을 묵상한다. 그리고 기도와 단식을 하며 주님의 부활을 기다린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힘들어했을 때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버스를 탔는데 어느 역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버스가 고장 났나?’ 싶어서 고개를 내밀어 앞을 보니, 운전기사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립니다.

“마스크 쓰세요. 마스크 쓰지 않으면 버스에 탑승하실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들어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험악한 모습을 지으면서 욕을 하며 말합니다.

“마스크 안 써! 나 코로나 걸리지 않았다고!”

분위기가 아주 안 좋았습니다. 운전기사는 마스크를 쓰라고 소리 지르고, 승객은 안 쓴다며 욕을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현장에 있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분위기를 조성해서 이 승객을 버스에서 내리게 해야 할까요? 아니면 무력을 써서 강제로 버스에서 쫓아낼까요? 이것도 아니면 그냥 모른 척 가만히 있을까요?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한 여고생이 그 승객 앞으로 가서 무엇인가를 내밀면서 말했습니다.

“마스크가 없으신가 봐요. 이거 쓰세요.”

이 여고생이 내민 것은 마스크였습니다. 그런데 이 버스에 탔던 승객들은 여고생의 손을 보았다고 합니다. 벌벌 떨면서 내미는 가냘픈 손을 말이지요.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혹시 이 험악한 아저씨가 자신에게 어떤 위협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 아닙니까? 그러나 여고생은 두려운 상황이지만 용기를 내어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솔직히 우리는 자기의 변화보다 남의 변화를 더 많이 이야기합니다. 내가 더 옳게 살 것을 생각하기보다, 남이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진짜 변화해야 할 것은 자기의 변화이고, 이 변화를 통해서 더욱 더 올바르게 살아야 할 ‘나’인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성토요일을 보냅니다. 어제 주님 수난 성금요일을 지내면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깊이 묵상했습니다. 그리고 무덤에 묻히신 예수님을 묵상합니다. 죽음 뒤에 곧바로 부활이라는 영광을 보여주지 않고, 예수님 부재의 빈 공간을 마련하심으로 인해 우리가 더 깊이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시간을 주신 것입니다. 마치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서 뜸을 들이는 것처럼, 부활의 큰 기쁨을 얻기 위해 뜸 들이는 시간이 바로 오늘 성토요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 자신의 변화를 생각하면서, 특히 사랑을 실천하는 자신을 떠올리면서 주님의 부활을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존 러스킨).




주님 무덤 성당 안에서의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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