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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휴가지만큼 멋진 휴가지 가는 길

보고걷고싶다

by 로킴 2008. 8. 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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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만큼 멋진 휴가지 가는 길
42번국도 명소들
박경일기자(parking@munhwa.com)

▲326㎞를 달려온 42번 국도가 끝나는 동해시. 그 길의 끝에는 두타산이 있다. 100년 이상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서있는 두타산 무릉계곡을 끼고 오르면 쌍폭포를 만난다. 완만한 산길은 볕이 들지 않아 한여름에도 선선하고, 계곡 물은 발만 담가도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차다. 42번 국도를 따라가는 여정을 마무리하기에 딱 알맞은 곳이다.
언제든 올라서면 푸근해지는 길이 있습니다.

맹렬한 속도보다는 휴식과 여유가 느껴지는 길.

그 길은 인천에서 시작해 수원, 여주, 원주, 정선, 임계를 거쳐 동해에서 끝납니다.

바로 42번 국도입니다. 질주하는 영동고속도로의 단조로움이 싫증나거나,

고속도로가 행락 차량들로 가득 메워질 때 내려서곤 했던 바로 그 길입니다.

42번 국도는 여름 휴가철에 진가를 발휘합니다.

평소에는 쭉 뻗은 고속도로를 버리고,

일부러 국도 길을 찾아들어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목적지를 정해놓은 이상, ‘둘러가는 여유’를 갖기 어려운 탓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북새통을 이뤄 ‘에둘러 가는 길’이 오히려 ‘더 빠른 길’이 되는

여름 휴가철만큼은 사정이 다릅니다. 고속도로가 휴가 차량들로 가득 메워질 때만큼은

비로소 42번 국도도 ‘효율적인 도로’가 되는 것이지요.

42번 국도를 달리며 만나는 정취는 빼어납니다.

이 길에 들어섰다면 앞만 보고 달리지 마시길….

길에는 진초록의 논밭, 환하게 피어난 해바라기, 철이른 코스모스가 늘어서 있습니다.

작은 구멍가게와 문 닫은 폐교, 허름한 슬레이트 지붕과 낮은 돌담을 지나

전재, 문재, 여우재, 멧둔재, 비행기재, 반점재, 큰너그니재, 백봉령….

이름을 다 대기조차 숨찰 정도로 많은 고갯길을 느릿느릿 넘어갑니다.

가끔은 차를 세우고 둥실 떠있는 뭉게구름도 봐가면서,

차창을 열고 상쾌한 공기도 느끼면서 달리는 길입니다.

길 옆으로는 평창강과 동강, 조양강, 임계천, 골지천의 유장한 물길이 따라옵니다.

물길을 따라 샛길로 살짝 들어서면, 알려지지 않은 청정한 계곡과

아름다운 강가의 풍경이 차창 가득 밀려듭니다.

평창의 뇌운계곡이나 원당계곡이 그렇고,

문희마을에서 내려다본 동강의 풍경이 그렇습니다.

임계의 천변에 세워진 정자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이렇게 샛길에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속도는 더 느려질지 모르겠습니다.

서해에서 시작한 42번 국도는 326.4km를 달려 바다를 만나서 끝이 납니다.

42번 국도가 사라지는 동해시의 북평교차로.

그 길에서 T자로 만나는 7번 국도를 따라서 북으로는 강릉, 양양, 속초로 올라가거나,

남으로는 삼척, 울진으로 내려갑니다.

휴가의 목적지를 어디로 잡든 푸른 동해의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그 길의 끝에서 동해안을 끼고 달리는 7번 국도로 올라도 좋겠고,

두타산의 무릉계곡에 들어 아름다운 쌍폭포를 만나도 좋겠습니다.

그렇게 동해의 푸른 바다를 만나러 가는 국도 위에서는

잘 쪄낸 차진 옥수수를 뜯거나, 달콤한 팥소가 든 찐빵을 맛보면서

가족들과 혹은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가도 좋겠습니다.

정선에서 곤드레나물밥이나 콧등치기국수의 구수한 맛도 놓칠 수 없겠지요.

마침 그날이 장날이라면, 메밀묵 한 사발이나 잔치국수를 맛보고

흥겨운 장 구경까지 곁들일 수 있겠습니다.

이번 휴가에는 좀 더디게 가더라도 42번 국도를 택해보면 어떨까요.

느릿느릿 다녀오면 어떻습니까.

여행이란 무릇 목적지에 도착해서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좀 더 여유가 있어지실 겁니다.

평창·정선·동해 = 글·사진 박경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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