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한 균형미에 충실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와 달리 이 곡은 헝가리 농민의 노래와 민속음악을 소재로 작곡된 작품이다. B음을 개방현으로 내기 위해 G현과 C현을 반음씩 낮게 조율해 독특한 효과를 내고 있다.
스타카토, 더블스톱, 아르페지오 등 첼로 기교의 모든 면을 구사하지만 그것이 과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효과로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20세기 후반에 와서 더욱 인기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퐁네프의 연인들에 삽입되어 일약 유명해진 졸탄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소나타 8번 1악장입니다. 바흐의 규격화된 무반주 첼로모음곡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지만 코다이는 바흐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헝가리 민속음악을 결합하여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졸탄 코다이 (Zoltan Kodaly, 1882~1967, 헝가리)
케코의 근대 음악의 스메타나, 드보르작,야나체크가 있었다면, 헝가리의 근대 음악엔 바르토크라는 두개의 기둥이 있었다. 바이올린 주자였던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코다이는 부다페스트 음악원에서 음악을 배웠다.
1905년에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듬해 벨라 바르토크를 만나 헝가리 민요 수집 활동에 착수했다. 1906년 박사 학위를 딴 후 파리에서 공부하다가 드뷔시를 만나게 되었고 드뷔시의 음악세계는 그에게 커다란 영행을 미쳤다. 1907년 부다페스트 음악원 교수로 취임해 음악이론을 가르쳤으며 이후엔 작곡도 가르치며 1940년까지 일했다.
오페라 하리 야노슈, 관현악곡 갈란타 춤곡. 교회음악 미사 브레비스 등의 대표작들을 들으면 코다이가 헝가리 민요들을 자유롭게 빌려 쓰면서도 바르토므와는 달리 서정적이며 담순한 음을 살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가 남긴 헝가리 민속음악과 음악교육에 대한 저서는 현대 헝가리 음악교육의 지표가 되었다.
헝가리 예술원의 원장이었고, 국제 음악교육협회의 명예총재였으며, 국제 민속음악회의 회장이기도 했던 그는 1967년에 부다페스트에서 세상을 떠났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감독 : 레오 까락스
출연 : 줄리엣 비노쉬(미쉘), 드니 라방(알렉스), 줄리 델피
자동차가 저음의 암울한 첼로음을 따라 푸른 형광 빛의 터널로 미끄러져 간다. 자동차가 터널을 빠져나간 뒤에도 차창을 통해 보이는 도시는 네온사인이 번쩍이고 있지만 텅 비어 있고 공허하다. 이러한 도시의 모습 속에 남루한 옷차림에 절망적인 표정, 지쳐 쓰러질 것 같은 걸음걸이의 알렉스(드니 라방)는 마침내 지나가는 자동차에 다리를 치여 쓰러진다.
낡은 화폭을 들고 한쪽 눈에 안대를 한 채 걸어가다 이 모습을 본 미셸. 알렉스는 병원에서 다리에 기브스를 하고 상처받은 영혼들에게 더 없이 좋은 안식처인 퐁네프로 돌아와 자신의 자리에 잠든 미셸을 만나게 된다. 미셸은 사랑을 잃고 시력불을 뿜는 스턴트맨 출신인 떠돌이 청년 알렉스와 사랑을 잃고 시력까지 서서히 잃어가자 좌절감을 이기지 못하고 생을 포기하기 위해 집을 뛰쳐나온 젊은 여자 화가인 미셸이 퐁네트와 그 아래에 흐르는 세느강을 무대로 함께 하게 되고 아무 희망도 남아 있지 않은 두 사람은 이 다리 위에서 지독한 사랑에 빠져들게 되는데...
미셸 앞에서 곡예하며 입에서 불을 내뿜는 알렉스. 휘발유를 머금은 알렉스의 얼굴과 그의 입에서 뿜어 나오는 휘발유 줄기가 불길로 변하는 장면이 교차되어 보여지고, 한 불길이 채 다 그어지기 전에 다른 각도에서 뻗치는 불길의 선이 화면 앞으로 덮쳐온다. 알렉스의 강렬하고 시각적인 사랑의 표현이지만 미셸의 잃어가는 시력은 이런 알렉스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다음날 미셸은 지하철역을 걷다가 첼로 소리를 듣고 첫사랑 첼리스트 줄리앙을 떠올린다. 미셸이 소리나는 곳으로 달음박질치자, 앞질러간 알렉스는 첼리스트를 쫓아버린다. 지하철을 타는 첼리스트를 발견한 미셸. 그녀는 지하철을 가까스로 타고 뒤따라간다. 미셸은 지하철 안에서 졸다가, 줄리앙의 아파트를 찾아간 그녀가 한번만 더 줄리앙의 모습을 보고 눈이 멀기 전에 그를 화폭이 옮기겠다고 말하나 문을 열어주지 않는 줄리앙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악몽을 꾼다.
미셸을 잃었다고 자포자기한 알렉스 앞에 돌아온 미셸. 프랑스 대혁명 200주년 기념일의 화려한 불꽃놀이. 폭죽이 환하게 터지는 퐁네프 위에서 격정적으로 춤을 추는 미셸. 미셸을 뒤쫓아와 함께 춤을 추는 알렉스. 그리고 알렉스는 훔친 모터 보트를 몰고 미셸은 수상 스키를 탄다. 수상스키를 타고 나서 지친 미셸은 악몽을 꾼다며 대령인 아버지의 권총을 알렉스에게 건네고 잠이 들고 권총을 건네 받은 알렉스는 신발을 벗어 세느강에 던지고 권총은 자신이 소지한 후 잠자는 미셸의 머리 위에 사랑을 확인하는 메모를 써 놓는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역을 걷던 중 앞서서 걷던 알렉스는 지하철 통로 벽에 온통 붙어있는 미셸을 찾는 가족들이 내건 포스터를 발견하고는 그녀를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포스터를 찢고 불을 붙이기 시작한다.
지하철 통로가 온통 화염에 휩싸이고 심지어는 포스터가 실려있는 차를 폭파시켜 포스터를 붙이는 사람에게 불이 옮겨 붙는 엄청난 사고를 일으킨다. 포스터의 내용을 보지 못한 미셸. 두 사람은 허겁지겁 뛰기 시작한다. 다시 두 사람은 퐁네프로 돌아와 포옹하고 있다. 그 사이 낡은 라디오에서 포스터에 적힌 내용과 같이 미셸을 찾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이 방송을 들은 미셸. 알렉스가 잠든 사이 미셸은 퐁네프의 벽에다 "알렉스 널 진심으로 사랑한 적은 없어. 날 잊어 줘. 미셸"이라고 적어놓고 떠나버린다. 이를 본 알렉스는 "아무도 나에게 잊어버리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순 없어"라고 독백하면서 권총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날려 버린다.
방화범으로 체포된 알렉스는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다. 복역 후 2년이 지난 어느 날 시력을 회복한 미셸이 알렉스를 면회온다. 두 사람은 알렉스가 출감하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공사를 마친 퐁네프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퐁네프에서 알렉스와 미셸의 해후. 미셸은 흰빛 반코트를 입고 화사하게 미소지으며 나타나 알렉스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고 두 사람은 축배를 든다.
"미셸과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하는 알렉스. 집으로 돌아가려는 미셸. 알렉스는 미셸을 끌어안고 다리 난간에서 세느강으로 떨어진다. 아틀란티스로 가는 모래를 운반하는 배에 구조되는 두 사람. 이 배의 앞머리에 기댄 미셸과 알렉스. 달리는 배와 함께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영화는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