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봄. 자칫하면 식욕이 떨어질 수 있는 계절이다.
하지만 봄에는 입맛을 돋워주는 제철 먹거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이른 3월부터 5월, 식도락가의 입맛을 사로잡는 봄철 해산물을 찾아 week & 이 전국을 누볐다.
충남 당진 간자미부터 서천 주꾸미, 태안 채석포의 꽃게, 경남 통영의 도다리, 부산 기장 멸치, 섬진강의 벚굴까지….
1 충남 서천 홍원항 주꾸미
주꾸미와 갖은 봄철 채소를 전골 냄비에 넉넉하게 담아 매운 양념에 자작하게 졸이면 주꾸미 볶음이 된다.
오동통한 머리에 가득 든 '주꾸미 쌀밥'을 씹노라면 입 안에 봄이 통째로 들어앉은 기분이 든다.
"수놈은 살결이 연하고, 암놈은 머리에 그득한 '주꾸미 쌀밥'(주꾸미알) 씹는 재미에 먹쥬."
오전 9시 충남 서천 홍원항.
어물전과 횟집이 늘어선 아담한 포구에서 김조규(65) 홍원 어촌계장이 주꾸미 예찬론을 펼쳤다.
서해안 주꾸미는 3월 초부터 4월까지가 제철이다.
주꾸미가 먹이를 찾아 연안으로 몰려들어서 잘 잡힐뿐더러 맛도 절정을 이룬다.
주꾸미를 먹으려면 지금 당장 충남 서천이나 대천, 전북 군산으로 달려가야 한다.
어물전 아낙에게 주꾸미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물었더니 군침 도는 대답이 돌아왔다.
"봄 주꾸미가 원체 실하잖유. 회나 볶음도 좋고,
조개 육수에 김·냉이·미나리·버섯을 썰어 넣고 주꾸미를 살짝 데쳐 먹는 샤브샤브도 감칠맛 나쥬.
주꾸미 먹물이 풀어진 샤브샤브 국물에 칼국수 삶아 먹는 맛도 끝내줘유.
"과연 주꾸미 먹물이 자작한 고소한 맛의 칼국수는 다시 찾지 않고는 못 배길 별미였다.
●이용 정보
홍원 어촌계 어물전에서 주꾸미를 사면 2층 횟집에서 초장값(1인당 7000원)을 내고 매운탕까지 먹을 수 있다.
어촌계(041-951-4880)를 통해 택배도 가능하다.
'너뱅이등대횟집'은 바다로 둘러싸여 경관이 좋다.
주꾸미 볶음·샤브샤브 2~3인분 6만원. 041-951-7870.
2 충남 당진 장고항 간자미
생김새는 영락없는 홍어 새끼다.
한데 삭히지 않고 회로 먹는다.
사시사철 나지만, 3월 초부터 산란기인 6~7월 전까지가 가장 맛있다.
꼬리가 한 줄기로 쭉 뻗은 암놈이 수놈보다 더 쫄깃하다.
충청도에서는 '갱개미'라고 부른다.
충남 당진과 서산·태안 일대 봄철 별미로 꼽힌다.
지난 15일 당진 장고항에서 간자미회무침(사진)을 마주했다.
참나물과 양파·배추 따위를 넉넉히 썰어 초고추장으로 버무린 것이 새콤달콤하게 입맛을 당겼다.
"회보다는 무침이 맛깔나쥬. 밥을 비벼 먹어도 잘 넘어가유."
강세구(54) 장고항 2리 이장의 설명이다.
당진 앞바다는 물살이 세서 바닷물이 깨끗하다.
그래서 간자미가 잘 큰다는 게 장고항 뱃사람들의 주장이다.
올봄은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 간재미 수확이 더디다고 한다.
㎏당 가격은 1만~1만3000원 선. 현지 횟집 등에 조달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단다.
●이용 정보
20년 전통의 '등대횟집'은 간자미회무침 한 접시(3~4인분)에 3만원 한다.
041-353-0261. 장고항에서는 물량이 적어 택배를 하는 곳이 없다.
대신 태안 채석포꽃게와 대하마을(chaeseokpo.invil.org)에서 택배가 가능하다.
2㎏당 2만4000원(택배비 4000원 별도). 041-672-1012.
3 충남 태안 채석포항 꽃게
동해가 대게로 유명하다면, 서해는 꽃게(사진)다.
오뉴월 알이 꽉 찬 서해 암꽃게는 봄 입맛을 돋우는 일등공신이다.
배에 노란 알이 비치고 눌렀을 때 단단해야 상품이다.
섬이 많고 해안선이 복잡한 충남 태안과 대천, 인천 앞바다에서 잡히는 걸 최고로 친다.
태안 채석포항 꽃게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04년 채석포꽃게와 대하정보화마을이 조성되면서다.
채석포항에서 나는 싱싱한 꽃게를 상대적으로 싼값에 직거래할 수 있어 전국에서 주문이 밀려들었다.
이기난(53) 채석포 어촌계장은 "채석포는 개펄이 좋아 꽃게가 실하다"고 말했다.
꽃게는 5~10월이 산란기인데 7~8월은 금어기다.
채석포에서는 4월부터 꽃게잡이가 본격화된다.
보통 ㎏당 2만3000~3만원대다.
올해는 3월 중순에도 때이른 꽃게가 하루 10㎏ 안팎으로 잡혔다.
하지만 양이 적어 가격이 ㎏당 4만원을 훌쩍 넘었다.
●이용 정보
채석포 주민이 추천한 '황성횟집'에서는 꽃게찜·탕·무침을 맛볼 수 있다.
1㎏(2~3인분)에 6만5000원. 041-673-0189. 채석포꽃게와 대하정보화마을에서는 택배 주문이 가능하다. 041-672-1012.
4 경남 하동 전도리 벚굴
벚굴(사진)은 전남 광양, 경남 하동 등 섬진강 일대에서 자란다.
평균 크기는 15~20㎝, 무게는 500~600g 정도다.
바다에서 나는 굴에 비해 월등하게 크다.
벚굴은 서너 개가 한 데 모여 자라는데 그 모습이 꼭 물속에 핀 벚꽃 같다고 해서 '벚굴'로 불리게 됐다.
강에서 나는 굴이라고 해서 '강굴'이라고도 한다.
벚굴은 1월 말부터 4월까지 따는데 산란을 앞둔 3월 말에서 4월 초가 영양가도 높고 맛도 좋다.
잠수부들은 조류가 안정되는 때를 맞춰 한 달에 열흘, 하루 네 시간 정도 벚굴을 딴다.
잠수부 한 명이 하루 200~250㎏ 정도 따는데 올해는 지난해 대비 25~30% 줄었다고 한다.
지난겨울 날씨가 가물어 섬진강 염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벚굴은 고단백이라 회로 먹으면 장에서 흡수하지 못하고 설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보통 구워먹는다.
소화 촉진에 좋은 매실과 함께 먹으면 효과가 배가 된다.
찜이나 튀김·영양죽 등으로 먹기도 하는데,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이용 정보
'벚굴식당'에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굴 구이 5㎏ 3만원, 영양죽 5000원, 튀김 1만5000원. 택배 주문도 받는다.
10㎏에 3만5000원(택배비 포함). 055-883-4342.
5 부산 기장 대변항 멸치
아침 일찍 멸치잡이를 나갔던 22t짜리 용성호가 오후 3시쯤 부산 기장 대변항 부두에 들어왔다.
선원들은 "어야디야 어야디야" 노동요를 부르면서 장단에 맞춰 멸치를 털었다.
대가리가 뚝 떨어진 멸치 몸통이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사방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벌겋게 그을린 어부의 얼굴이 온통 멸치 비늘로 범벅이 돼 봄 햇살에 반짝였다.
대변항을 따라 멸치 판매대가 쭉 늘어서 있다.
뼈를 발라내고 껍질을 벗긴 생멸치는 1㎏에 1만원.
갓 잡은 봄 멸치로 담근 멸치젓갈은 28~30㎏ 단위로 판매하는데 3만8000원 정도 한다.
올해는 수온 탓에 예년보다 멸치 배 출항이 늦었지만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겨우내 먼바다에 서식하던 멸치는 봄이 되면 연안으로 몰려든다.
4월 산란기를 앞둔 기장 멸치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지방질이 풍부하고 칼슘도 많다고 한다.
뼈를 바르고 껍질을 벗긴 생멸치에 초장을 버무려 먹는데 비리지 않고 부드러워 그냥 넘어간다.
●이용 정보
'거북이횟집'은 멸치 찌개로 유명한데 2~3인분에 3만 원이다.
멸치구이는 1만원. 멸치회 무침(사진)도 2~3인분 3만원.
051-721-3340. 택배는 '기장식품'에서 가능한데 생멸치·멸치액젓·기장 미역 등을 판다. 051-721-4600.
6 경남 통영 통영항 도다리
이맘때면 전국의 식객들이 '봄 도다리'의 맛을 찾아 경남 통영으로 몰려든다.
3~4월에 가장 맛이 좋은 도다리와 쑥이 어우러진
'도다리 쑥국(사진)'을 맛보려고 통영항 식당에는 오전 9시부터 손님들이 줄을 선다.
미식가에게는 일종의 봄맞이 의례인 셈이다.
도다리는 전남 여수와 경남 거제·사천 등 남쪽 바다에서 흔히 잡히는 어종이다.
4월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도다리는 봄에 통영 연안에서 산란을 하고 조류를 따라
부산·울산으로 이동한다.
"도다리는 놀짜그리한 것이 좋아예. 색이 시커멓게 누런 놈 말입니더."
김성호(37) 팔도활어 사장이 귀띔했다.
도다리는 광어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구분법은 '좌광우도'다.
양눈이 왼쪽으로 쏠린 것은 광어, 오른쪽으로 쏠린 것은 도다리다.
도다리 쑥국은 원재료의 맛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량의 된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 맑은탕에 알맞게 익은 도다리 살이 으스러지지 않고 탱탱하게 씹힌다.
청양고추의 알싸함이 혀끝을 자극하고 난 뒤 쑥의 깊은 향이 입안에 은은하게 번진다.
●이용 정보
통영항 서호시장의 '분소식당' 등에서 도다리 쑥국을 맛볼 수 있다.
1인분 1만2000원. 055-644-0495. 서호시장 내 '팔도활어'에서는 택배도 가능하다. 055-642-5588.
중앙일보 : 나원정.홍지연.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 사진 : 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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