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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향기로 내 몸과 마음을 깨워주는 원스톱 문화공간 ‘양평 마당’

몸튼맘튼힐링

by 로킴 2017. 3. 2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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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힐링(healing)'이 여행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힐링 투어(healing tour)'가 인기다. 힐링이란 '몸과 마음의 치유'를 뜻한다. 힐링 투어의 핵심은 건강. 몸뿐만 아니라 마음, 정신의 건강까지 포함한다. 건강의 소중함을 말로 더 해서 무엇 하랴. 여행도 하고 덤으로 건강도 챙길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경기도 양평의 용문사는 힐링 투어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숲이 우거진 산길을 걸을 수 있고, 천년의 향기를 품은 거대한 은행나무가 멋진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자연의 기운을 듬뿍 담은 음식으로 입이 행복해지니 겨울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산나물로 가득한 마당의 상차림 산나물로 가득한 마당의 상차림

봄 향기 가득한 곤드레밥

동장군의 기세에 움츠러든 몸과 마음에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경기도 양평 용문사 입구의 '마당'을 다녀왔다. 용문산 산행을 하는 등산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음식점이지만 향긋한 꽃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사색에 잠길 수 있고, 전문 공예가의 닥종이인형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는 원스톱 문화공간이다.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내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인 셈이다.
마당에서 선보이는 음식은 곤드레돌솥밥과 대나무통밥이다. 메뉴는 단출해도 식단은 예사롭지 않다. 큼지막한 상에 반찬이 하나 가득 차려진다. 수를 헤아리니 모두 스물한 가지다. 구수한 된장찌개와 굴비구이가 눈에 띄지만 반찬의 절반 이상이 고사리, 참나물, 취나물 등 나물 종류다. 한겨울에도 봄 향기가 가득한 상차림이다. 고기반찬 없어도 푸짐하고 훌륭하다. 오히려 나물 위주의 식단이니 속이 불편하지 않고 편안하다. 먹고 난 후에도 훨씬 개운하다. 반찬은 매일 조금씩 바뀐다. 주인이 100여 가지 반찬을 가지고 매일 다르게 상에 올린다. 방문할 때마다 다른 반찬을 맛볼 수 있으니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은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오늘은 어떤 상차림일까?' 하는 궁금증은 식당 입구에 적어놓은 반찬 메뉴를 보면 해소된다.
대표 음식은 곤드레돌솥밥이다. 곤드레나물을 돌솥밥 위에 얹고 밥을 짓는다. 돌솥의 뚜껑을 여는 순간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곤드레나물 향이 함께 퍼진다. 빈 그릇에 곤드레나물밥을 푼 다음 양념장을 비벼 크게 한 술 뜨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입 안 가득 스며든다. 곤드레나물은 산에서 직접 채취한 것은 아니다. 단월면 부안리에 있는 직영 농장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을 사용한다.
곤드레나물은 전국의 산과 들에서 나는 나물이다. 보통 6월이 넘어가면 질긴 줄기가 올라오고 줄기에 갱생엽이 돋아 먹지 못한다. 그래서 4~5월에 채취한 곤드레를 먹는다. 유독 강원도 정선, 평창 등지의 곤드레나물밥이 유명한데, 아마도 먹을 것이 귀하던 보릿고개 시절 부족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식재료였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강원도 산간마을 사람들은 곤드레나물을 보통의 산나물과 달리 매 끼니 먹어도 탈이 나거나 물리는 일이 없는 좋은 음식이라고 말한다.
곤드레의 쌉싸래한 맛보다 고소한 맛을 좋아한다면 대나무통밥이 제격이다. 대나무통 속에 찹쌀, 흑미, 호박씨, 해바라기씨, 콩 등 여러 가지 잡곡을 넣고 지은 영양밥이다. 촉촉하면서도 찰진 밥에 고소한 해바라기씨, 호박씨가 씹히는 식감이 좋다. 영양밥이 가진 효능에 대나무를 쪄낼 때 나오는 진액인 죽력이 더해져 먹는 것 자체로 약이 되는 밥이다. 죽력은 열을 내리고 가슴 두근거림을 진정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대나무통은 전남 담양에서 가져오며, 한 번 쓴 것은 재활용하지 않는다.

봄 향기를 머금은 곤드레돌솥밥 대나무통밥 [왼쪽/오른쪽]봄 향기를 머금은 곤드레돌솥밥 / 대나무통밥곤드레밥과 대나무통밥 정갈하게 담긴 반찬 [왼쪽/오른쪽]곤드레밥과 대나무통밥 / 정갈하게 담긴 반찬

꽃차 마시고 닥종이인형 구경하고

자연의 향기를 듬뿍 담은 음식을 한 상 거하게 받은 후에는 식당 옆 찻집에서 꽃차를 마시며 식후의 여유로움을 즐긴다. 식사 후 계산서를 가지고 가면 찻집 이용이 무료다. 겨울에는 한방차, 여름에는 직접 만든 솔잎차, 시원한 오디차, 매실차 등을 비롯해 계절에 맞는 열두 가지 차가 준비되어 있다. 여성들은 색이 곱고 새콤달콤한 종류의 차를 선호하고 남성들은 한방차나 곡물차 등 몸에 이로울 것 같은 차를 즐겨 찾는다.
찻집 안은 꽤나 정신이 없다. 젊은 도예가들이 만든 찻잔, 다기 세트, 장식용 도자기 등을 전시․판매하는 탓이다.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 도자기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뒤섞여 찻집에 활기가 넘친다. 그래도 그런 분위기가 싫지 않은 건 심리적 여유와 안정감이 있어서다.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 와 있다는 즐거움, 식사 후의 포만감, 찻잔에 묻어나는 여유로움이 어우러져 몸도 마음도 너그러워진다.

색이 고운 전통차 생활도자기로 가득한 찻집 풍경 식사 후 전통차는 덤 [왼쪽부터]색이 고운 전통차 / 생활도자기로 가득한 찻집 풍경 / 식사 후 전통차는 덤

찻집 옆에는 공예가 박성희의 닥종이인형을 전시하고 있다. '편지를 펼쳐든 할머니', '막걸리 한 잔에 기분 좋은 할아버지', '썰매 타는 사람들' 등 25점의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시 주제는 '부생(浮生)'. 말 그대로 인생의 덧없음을 거칠고 질박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나온 세월과 그들이 간직한 사연을 인형 하나하나에 세밀하게 묘사했다. 해맑은 웃음, 고생에 찌든 얼굴 주름, 투박한 손과 새하얀 머리 등이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전시 중인 닥종이인형 옆에는 주제에 걸맞은 시가 적혀 있다. 그 중 '할머니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가는 할아버지' 옆에 걸린 <설렘>이란 시는 덧없는 인생에도 아름다운 행복이 있음을 말해준다.
"아슬한 푸른 하늘 구름을 날리며 / 햇님 내음 등에 지고 실바람을 가른다. / 가느다란 님 목소리 내 심장이 뛰고 있다."

닥종이인형 닥종이인형 닥종이인형 닥종이인형

천년의 세월을 지켜온 용문사 은행나무

용문까지 왔으니 천년을 넘게 산 은행나무를 보러 용문사에 가지 않을 수가 없다. 마당에서 용문사까지는 승용차로 10분 남짓. 용문사 은행나무는 유실수로는 동양에서 가장 크다. 전설에 따르면 은행나무를 처음 심은 사람은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라고 한다. 망국의 한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던 중 용문사에 들러 은행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용문사의 상징이 된 은행나무 용문사 대웅전의 문살 [왼쪽/오른쪽]용문사의 상징이 된 은행나무 / 용문사 대웅전의 문살

여행정보

주변 음식점
  • 마당 : 곤드레밥 / 경기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로 239 / 031-775-0311
  • 용문산 은행나무식당 : 더덕불고기, 산채비빔밥 / 경기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로 638 / 031-773-3131
  • 용문산중앙식당 : 더덕산채정식 / 경기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로 644 / 031-773-3422
  • 용문산식당 : 더덕불고기, 더덕장어구이 / 경기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로 654 / 031-773-3434
숙소
  • 용문벨라지오 : 경기 양평군 용문면 도매기길 10 / 031-774-9670
  • 반딧불언덕펜션 : 경기 양평군 용문면 은행나무길 364 / 031-774-3255
  • 시냇가펜션 : 경기 양평군 용문면 조계골길 40 / 031-772-9270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7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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