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스크랩] 7월 30일 연중제17주간 목요일 / 괜찮은 횟감이 됩시다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그리스도향기

by 로킴 2009. 7. 30. 10:46

본문

 

7월 30일 연중 제17주간 목요일-마태오 13장 47-53절


“하늘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


<괜찮은 횟감이 됩시다>


   오늘 복음은 저희 같은 ‘꾼’들에게는 유난히 실감나게 다가오는 복음입니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출조 하지만, 설레는 마음을 충족시키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잘 이해 안 되는 희한한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회칼이며 도마며 초고추장이며, 매운탕에 넣을 갖은 양념들을 잔뜩 챙겨갈 때 치고 제대로 고기 잡히는 법이 없습니다.


   의외로 그냥 바닷바람이나 한번 쐬고 오지, 하며 마음 비우고 나갔을 때 손맛을 톡톡히 보곤 합니다.


   별로 재미를 못보고 있을 때, 더 속상하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안 그래도 공치고 있어 잔뜩 우울해있는데, 지나가던 분이 빨리 지나가지 않고 뒷짐 지고 한참 쳐다봅니다. 그리고는 뭐가 좀 잡힙니까, 하고 묻습니다. 참으로 창피하고 난감합니다.


   그래도 이런 분은 양반입니다. 어떤 분은 남의 허락도 없이 잔챙이만 몇 마리 들어있는 어망을 확 들쳐보며 ‘에게게!’ 하며 비웃습니다.


   더 재수 없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복어새끼입니다. 이게 뭔가 하고 끌어올려보면 복어새끼입니다. 제 깐에 위협하느라 배를 있는 대로 잔뜩 부풀립니다. 23cm 미만의 우럭 잔챙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머리만 잔뜩 커서 회 떠봐야, 별로 먹을 게 없습니다.


   이런 녀석들은 잡자마자 멀리 던져버립니다. 그럼 기다렸다는 듯이 갈매기들이 날아와서 잽싸게 채 가버립니다.


   반대로 5-600g 정도 나가는 듬직한 감성돔이나 우럭, 솥뚜껑만한 광어, 보기만 해도 마음이 흐뭇합니다. 대견스럽기도 해서 몇 번이나 들어보고 쳐다보고, 나중에는 고이 아이스박스에 잘 챙겨 넣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에 대해서 설명하시면서 똑같은 비유를 드십니다. 좋은 것들, 회 떠서 먹을 만한 녀석들, 매운탕이라도 끓이면 괜찮은 녀석들은 그릇에 담고, 별 볼일 없는 녀석들, 회감도 매운탕꺼리도 안 되는 녀석들, 독이 있어 잘못 먹었다가는 큰 일 날 녀석들, 이상하게 생겨서 검증 안 되는 녀석들은 죄다 던져버립니다.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괜찮은 횟감이나 매운탕꺼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괜찮은 횟감이나 매운탕꺼리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노력이 어떤 것인가 생각해봅니다.


   부족해도 상관없습니다. 허물이 많아도 괜찮습니다. 지은 죄가 많아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제의 나를 딛고 변화되고자 몸부림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결국 과거의 나를 뒤로 하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회개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회개한다는 것은 어제의 나와 결별한다는 것입니다. 어제의 나를 떠나 변화되고 쇄신되고 큰 물고기가 되기 위해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성장을 원하지만 본질적으로 변화되기를 두려워합니다.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것을 원하지만 껍질을 깨는 아픔을 거부합니다. 익숙한 곳, 친숙한 대상을 선호하지 새로운 환경, 낯선 사람과의 만남, 새로운 세상에 대한 거부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늘나라에 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예수님처럼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해야 합니다. 다른 문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익숙한 문, 매일 다니는 문을 포기해야 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메모 :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