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뚜벅씨의 수도권 전철여행 ④
지하철 9호선 따라가기
추운데서 떨지 말고 안에서 놀자!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1월이다. 마인드 콘트롤이 필요한 계절이라고 주문을 외우며 차가운 칼바람에 “안 춥다! 안 춥다! 안 춥다!”를 외쳐 보지만 추운 건 추운 거다. 그러니 소용없는 마인드 콘트롤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따뜻하게 안에서 즐기자. 그럼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냐고? 지하철계의 신상 9호선이 답을 줄 것이다.
글·사진 박우철, 이민희 기자
고속터미널역 센트럴시티
쇼핑하지 마세요, 몰링하세요~
바야흐로 쇼핑의 시대가 저물고 ‘몰링(malling)’이 뜨고 있다. 복합쇼핑 ‘몰(mall)’에서 영화와 쇼핑, 외식 등의 문화생활을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몰링족’의 시초는 10년 전, 그러니까 2000년 나란히 오픈한 삼성동 코엑스몰과 강남고속터미널의 센트럴시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중 센트럴시티는 남들 다 갖춘 영화관, 서점, 백화점 외에도 깎는 재미와 부담 없는 가격으로 발길을 끄는 지하상가가 있어 ‘알뜰한’기자의 즐겨찾기 목록 제1순위인 곳이다.
고속터미널역은 3호선, 7호선, 9호선 등 지하철 노선만 3개에 호남선과 경부선, 영동선 등 전국으로 뻗어 나가는 강남고속터미널이 있어 연일 사람들로 북적인다. 경쟁하듯 복합쇼핑몰들이 생겨나면서 ‘최고’, ‘최대’의 수식을 넘겨준 지 이미 오래지만 센트럴시티의 변치 않는 미덕은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여행자들에게서 바람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는 것. 1층에 위치한 터미널에 앉아 있노라면 매표소와 매점을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출발을 앞둔 버스 엔진의 미세함 떨림에 가슴이 콩닥인다.
고속터미널 호남선 지하에 위치한 영플라자(Young Plaza)는 센트럴시티의 랜드마크다. 분수대를 중심으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센트럴 푸드코트, 백화점, 영화관, 대형 서점, 레스토랑 등이 몰려 있어 대부분의 몰링이 이곳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센트럴시티와 이어지는 터미널 지하상가는 착한 가격으로 몰링족을 유혹한다. 옷, 액세서리, 인테리어 소품, 꽃 가게 등 없는 게 없다. 특히 꽃 가게와 인테리어 소품 분야는 센트럴시티가 들어서기 훨씬 이전부터 입소문을 탔을 정도로 유명하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도 여기만한 곳이 없다. 센트럴시티 내에 있는 파미에파크(Famille Park)는 불어로 가족을 의미하는 ‘파미에(Famille)’와 ‘파크(Park)’가 결합한 말로 도심 속 가족 공원을 주제로 조성된 테마몰이다. 아이들이 중심이 된 공간답게 소아 전문 한의원과 어린이 전문 도서점 ‘생각주머니’, 토마스 기차 전문점 ‘아이 친구’, 과자와 사탕을 파는 ‘위니 비니’와 같은 매장들이 입점해 있다. 파미에파크 광장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공연도 열린다고 하니 아이들과 함께 주말 나들이에 나서 보는 건 어떨까.
찾아가기 지하철 3, 7, 9호선과 연결되어 있다
홈페이지 www.centralcityseoul.co.kr
●몰링족, 이기자의 센트럴시티 체험기
갑자기 기온이 떨어진 주말, 친구와의 약속을 ‘떨 일 없는’센트럴시티로 정했다. 어그부츠를 사야겠다고 생각한 터라 일찌감치 나와 터미널 지하상가에서 단돈 2만원으로 ‘득템’성공. 쇼핑을 하고도 시간이 남아 서점에서 책을 읽기로 했다. 바쁘게 지낸 사이 신간 도서들이 많이도 쏟아져 나왔다.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던 친구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영화관으로 쫓기듯 입장했지만 예매시 통신사 할인으로 1,000원 세이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8,000원).
배꼽시계가 우는 것을 보니 저녁시간이다. 날이 추울 때는 역시 뜨거운 국물이 최고. 센트럴 푸드코트에서 얼큰한 쌀국수(6,000원)를 뚝딱 비운 뒤 센트럴시티 영플라자와 백화점에서 윈도우쇼핑을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기분전환 삼아 네일아트도 받을까 했지만 연말 잦은 모임으로 지갑 사정이 안 좋으니 일단 패스, 대신 커피숍에서 주말이 끝났음을 한탄하며 수다로 하루를 갈무리했다(3,500원).
지출 목록 (1인 기준)
쇼핑 어그부츠 2만원
영화 8,000원
저녁 쌀국수 6,000원
커피 3,500원
교통 지하철 9호선 왕복 1,800원
총 3만9,300원
1 센트럴시티, 지하철역과 연결된 신세계백화점 2 다양한 수산물을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 3 회를 접시에 담고 있는 상인의 손놀림이 바쁘다 4 국회도서관에서 머리를 채웠다면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것도 추천 5 국회도서관 로비 6 국회도서관 내부
노량진역 수산시장
신선함은 입 안 가득, 든든함에 힘이 불끈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는 것이다. 고속터미널역에서 거리는 6.1km, 역으로는 여섯 정거장만 가면 된다. 소요시간은 12분이다. 운이 좋아 급행열차를 탄다면 7분25초면 노량진역에 닿을 수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면 싱싱한 활어를 맛볼 수 있다. 길게 늘어선 상점을 지나가며 ‘싱싱한 놈’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노련한 손놀림의 상인이 그 자리에서 맛깔나게 회를 떠 내놓는다. 하지만 배가 고프다고 너무 빨리 고르지는 말 것. 이 넓은 노량진 수산시장을 쭉 둘러봐야 하기 때문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총 7,000여 평방미터의 대단위 시설을 자랑한다. 활어 매장이 그중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때문에 육질 좋은 놈들이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 다리품을 조금 더 팔면 더 신선하고 고소한 회를 즐길 수 있다. 또 조개, 문어, 참치, 생선 등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다양한 수산물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놓칠 수 없다.
사실 겨울의 노량진 수산시장도 춥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배를 채우고 몸이 열을 낼 수 있기에 좋은 곳이다. 은빛 생선의 살들은 젓가락을 부르고, 따뜻하고 매콤한 매운탕은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회 한 접시에 소주를 한잔 마셔도 좋겠다. 왜냐고? 집 근처까지 모셔다 줄 지하철 9호선이 옆에 있지 않은가!
찾아가기 9호선 노량진역 2번 출구로 나와 철길을 건너는 육교를 지나 노량진 수산시장에 갈 수 있다. 도보로 5분 정도 홈페이지 www.susansijang.co.kr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회 먹기
싱싱한 회 한 접시를 들고 있자니 마음이 뿌듯하다. 그런데 어디 가서 먹지? 집으로 가자니 싱싱함을 놓칠 것 같고, 들떴던 기분도 가라앉을 수 있다. 수산시장에는 수십 곳의 식당이 있고 그곳에서 직접 사온 회를 먹을 수 있다. 1인당 양념장 비용으로 3,000원 정도 받는다. 소주, 맥주 같은 주류도 판매하며 회를 뜨고 남은 재료로 매운탕도 끓여 준다(5,000~8,000원 정도).
국회의사당역 국회도서관
몸은 따뜻하게, 머리는 풍족하게
노량진역에서 다시 지하철 9호선을 타고 4분만 가면 국회의사당역에 당도한다. 여의도의 둔치는 봄부터 가을까지 자전거를 타거나 소풍을 갈 만한 장소다. 하지만 겨울에는 그 어떤 것도 하기 쉽지 않다. 강바람이 강한 탓에 완전무장을 한 채 뒤로 걷는 아주머니, 아저씨들 이외는 사람 보기도 어려울 정도다. 때문에 여의도에서 찬바람을 피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원한다면 국회도서관이 정답이다.
평소에 도서관과 친하지 않더라도 국회도서관은 가볼 만하다. 국회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우리나라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대학원 석사 논문들은 의무적으로 국회도서관에 보내져야 할 정도로 권위와 자료의 양이 방대하다. 또 국가 기관이다 보니 난방도 철저하다. 국회도서관은 한강둔치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도서관에서 머리를 채우고 한강둔치에 가서 산책을 할 수 있다. 강바람이 제법 차갑지만 신선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찾아가기 지하철 국회도서관역 1번 출구에서 나가면 바로 찾을 수 있다
홈페이지 www.nanet.go.kr
●박기자가 국회도서관을 즐기는 방법
1 도서관 2층 ‘최신 자료실’에 들어서 왼쪽을 보면 전세계 여행 관련 서적들이 꽂혀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최적의 장소라 할 만하다. 책꽂이 앞에는 열람하기 편하게 테이블과 의자가 비치되어 있다. 해외여행 대신 지하철 여행을 한다고 아쉬울 게 없다. 세계 여러 곳의 여행정보를 미리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찬찬히 둘러보자.
2 ‘최신 자료실’에 들어서면 오른편으로 신문 자료실이 있다. 여러 해 동안 모인 국내 중앙일간지 및 여행전문신문의 히스토리를 엿볼 수 있다. 당신이 국회도서관을 찾았던 날, 정확히 1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tip 도서관에 들어갈 때 필기도구, 노트북 등 간단한 물품을 제외한 짐은 물품보관함에 보관해야 한다. 또한 신분증이 없이는 입장이 불가능하니 참고하시길.
김포공항역 김포국제공항
재미쇼핑, 알뜰쇼핑 한번에 즐기다
국회의사당역과 김포공항역까지는 총 11개 역을 지나야 한다. 소요시간은 대략 25분 정도. 김포국제공항은 일본과 중국 노선이 대부분으로 국제공항의 역할은 대부분 인천국제공항에 내주었다. 하지만 대신 아울렛,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전자 상가를 수용하면서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모했다. 특히나 아울렛은 유명 브랜드의 옷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고, 비교적 북적이지 않아 쇼핑하기에 좋다. 9관까지 있는 대형 멀티플렉스는 다양한 영화 선택권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김포공항아울렛에는 커피숍과 식당, 서점 등 편의시설이 있어 굳이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무료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김포국제공항 신청사에는 겨울을 맞아 대형 트리와 곰인형 장식이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다. 또 최근 아시아에 불고 있는 한류를 입증하듯 SS501의 대형 사진도 있다. 김포국제공항에 온 김에 스타와 기념사진을 찍어 가는 것도 좋겠다.
여기까지 왔는데 9호선 여행이 아쉽다고 하는 사람은 그 끝에 가볍게 인천공항철도를 얹으면 되시겠다. 인천국제공항철도를 이용하면 김포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30여 분 정도면 갈 수 있다. 해외여행을 못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기에도 나쁘지 않고, 주변 을왕리해수욕장 등 서해바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접근이 편리하다.
찾아가기 지하철 9호선 김포공항역은 현대 첨단 건축기술(?)을 그대로 보여준다. 인천공항철도, 지하철 5호선, 지하철 9호선이 동시에 만나기 때문에 역사가 굉장히 복잡하다. 또 9호선의 요금체계와 인천공항철도의 요금체계가 달라 이중부과의 우려도 있다.
아울렛과 극장에 가려면 국제선 신청사로 가야 한다. 요금소인 지하 1층으로 나와서 ‘국제선 신청사’ 방향으로 가면 된다. 요금소를 등지고 오른쪽 방면이다.
1 김포공항 국제선 신청사의 밤 2 출·도착 전광판의 항공편 스케줄이 여행욕구를 자극한다 3 김포공항아울렛 4 공항 방문자를 반기는 귀여운 곰인형
금빛 노선 9호선에 관한 Q&A
서울의 마지막 노선이자 ‘금빛 노선’이라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9호선이 개통된 지 5개월이 지났다. 수도권 지하철 중 유일한 민간사업 노선이자 김포공항에서 강남까지 급행열차를 운행하는 등 여러 면에서 기존 노선과는 차별화된 9호선. 과연 무엇이 같고, 다른지 세세하게 짚어 보자.
Q. 9호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A. 현재 개통된 9호선 구간은 개화역에서 신논현역까지로 총 25개 역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 신논현에서 강동구 보훈병원까지의 잔여구간이 남아있다. 현재 논현동에서 종합운동장에 이르는 2구간(4.5km)이 2013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에 있으며 3구간은 종합운동장에서 강동구 보훈병원까지로 오는 2015년 완공될 예정이다.
Q. 요금은 일반 지하철과 똑같다?
A. 9호선이 민자사업이었던 만큼 기존의 노선보다 요금이 비싸진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다행히 서울시는 지난 3월, 9호선의 기본요금을 기존 노선과 동일한 가격으로 책정했다(교통카드 기준 900원, 거리비례제). 노선의 양 끝인 개화역에서 신논현역까지 이용해도 요금은 1,300원. 하지만 상황에 따라 요금에 관한 재협정을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추후, 요금이 인상될 여지도 없지 않다고.
Q. 강남에서 김포공항까지 진짜 30분?
A. 그렇다. 실제로 급행열차를 이용하면 김포공항역에서 신논현역까지 30분이면 닿는다. 자가용이나 버스 등의 교통수단보다 빠른 것은 물론, 같은 9호선의 일반열차와 비교해도 15분 이상 단축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급행열차인 만큼 모든 역에서 정차하지는 않으니 참고하자. 총 25개 역 중 김포공항, 가양, 염창, 당산, 여의도, 노량진, 동작, 고속터미널, 신논현 등 9개 정거장에서만 정차한다. 운행간격도 20분 간격이라 때(?)를 잘 맞춰야 한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얼마 전 서울시에서 하루 24편성인 전동차 운행대수를 2011년까지 36편성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 그렇게 되면 현재 20분인 운행간격이 7분으로 훌쩍, 줄어든단다.
Q. 9호선 객실은 뭐가 더 좋은데?
A. 개통한 지 만 6개월이 채 안 됐으니 일단 현대적인 시설과 쾌적한 환경을 갖췄음은 두말할 필요 없는 사실. 실제로 고속터미널역 9호선 구간으로 들어서면 바닥부터 천장까지 번쩍번쩍 빛이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객실도 마찬가지. 개인적인 시차에 따라 객실이 이전보다 넓다, 좁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객관적인 수치에 따르면 객실 통로폭은 39cm, 의자폭은 한 사람당 2cm가 확대됐다. 여기에 객실간 연결통로를 없애 객실이 더욱 넓어 보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손잡이도 높이가 일정했던 것(160cm)에 비해 승객의 키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2종류(160cm, 170cm)로 세분화했다. 개통된 전 구간의 플랫폼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것은 기본이다.
●지하철 역명에 얽힌 Behind Story
지하철 역명은 한번 정해지면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 만큼 역명 제정시 주민들의 관심과 주문은 뜨겁다. 9호선 역시 마찬가지. ‘흑석(중앙대입구)’역은 제정 당시 중앙대학교와 흑석동 주민들이 대립하기도 했다. 중앙대 측은 ‘중앙대역’으로, 흑석동 주민들은 ‘흑석역’으로 하기를 바랐던 것. 이에 지명위원회는 처음 역의 이름을 ‘지하철역명 제정은 관할구청의 주민의견을 수렴한다’는 원칙에 따라 흑석역으로 결정했지만 이후 중앙대학교 측의 요구도 수용하여 결국 역명을 ‘흑석(중앙대입구)’로 둘 다 병기하게 됐다.
구반포역도 처음 거론된 역명은 ‘서릿개’역이었다. 하지만 일대의 주민들이 ‘~개’로 끝난다는 사실에 자칫 욕설로 들릴 수 있다는 점과 ‘훔치다’라는 뜻의 ‘서리’가 연상된다는 이유로 역명 변경을 요청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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