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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홍어가 비싸다지만 홍어삼합은 원래 돼지수육을 맛있게 먹기위해 생겨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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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삼합(三合)에 대해 물었다. "각기 다른 세가지 음식이 한데 어우러져 맛의 하모니를 내는 것"이라고 답했더니 이번엔 대뜸 "그럼, 전라도 삼합에서는 삭힌 홍어를 먹기 위해서 돼지수육을 곁들이는 것이냐, 아니면 수육을 더욱 맛나게 먹기 위해 홍어를 함께 먹는 것이냐"고 묻는다. 아! 물어볼 걸 물어봐야지. 자타가 공인하는 '육도락가'인 필자에게 무엇이 주인공이냐 묻는다면 그것은 말인지 방귀인지도' 모를 질문이다. 답을 말하자면 분명히
돼지고기가 주인공이다. 그 이유는 자본의 논리다. 지금이야 홍어가 훨씬 비싸지만 예전에는 돼지고기가 더 값나가는 식재료였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는 무언가 칼칼하고 진한 맛과 곁들일 때 더욱 맛있다. 김장 담글 때 수육을 삶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돼지수육 특유의 기름지고 고소한 맛에 톡 쏘는 삭힌 홍어회를 올리고 역시 입맛을 '화악' 돌게만드는 묵은 김치를 곁들이면 그 맛이 정말 일품이다.
마포구 상암동에 홍어삼합을 기막히게 한다는 곳이 있어서 갔다. '홍어가(洪魚家)'는 시내 유명 홍어집 못지않게 이 젊디젊은 지역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분위기는 언뜻 봐서 커피숍이라 해도 믿을만큼 깔끔하고 심플하다. 홍어집 하면 거미줄 좀 낀 천정에 퀘퀘한 냄새가 감도는 곳으로 특유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지만 이곳은 좀 다르다. 그렇다고 그리 번쩍한 곳은 아니라 맛까지 방해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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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가의 하나하나 정성껏 마련한 음식들을 보면 왠지 고향집 어머니의 부엌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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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삼합 중 국내산 홍어를 본고장인 나주 영산포에서 가져오고, 김치는 고향이 전북 임실인 사장의 모친이 직접 담근 묵은지(2년 숙성)를 사용하는데 짜지않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그중에서도 돼지수육이 놀랍다. 암퇘지 생고기 전짓살을 그때그때 삶아낸다. 잡내를 제거해 끝맛까지 고소하고 탱글탱글 존득한 식감이 좋다. 냉동육이나 수퇘지를 쓴다면 이런 맛이 나질 않는다. 삼합이란 말 그대로 따로 맛볼 수 없는 것. 제 아무리 각자 맛있는 것을 쓴대도 입안에서 서로 어울리지 못하면 제대로 된 삼합이 아니다.
길쭉한 김치 위에 두텁게 썬 수육을 하나 집어 올린 다음, 홍어회를 덮었다. 뭐 순서는 상관 없지만, 고기가 가운데 들어가야 강한 맛의 재료(김치와 홍어)와 잘 어우러진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입안에 뭔가 알싸하게 혀를 자극하는 폭탄이 터졌다. 새콤한 김치가 청량한 홍어회와 함께 섞이며 코가 뻥 뚫린다. 씹을 수록 부드러움이 가미된다. 기름진 돼지수육이 두 가지 개성있는 재료를 아우르며 차지고 고소한 맛을 섞어준다. 우물우물 입안에 한보따리 넣고 씹을수록 즐겁다. 이래서 삼합을 먹는구나. 토판염과 강화도 새우젓 등 양념도 제대로 갖췄지만 그냥 먹어도 괜찮다. 절정은
막걸리 한잔이다. 시원한 막걸리로 마무리를 하면 어느새 입맛은 가시고 나도 모르게 젓가락은 다시 삼합을 싸고 있다. 이 집은 홍어집의 특성 상 다양한 막걸리를 갖춰놓았는데, 그중
고양시의 특산물인 배다리 막걸리와 충북 진천의 덕산 막걸리를 추천한다.
쉴새없이 몇점을 집어먹은 후에야 정신이 돌아온다. 가만 보니 곁들인 반찬도 모두 정갈하다. 특히 밥을 말았으면 딱 좋을 홍어애탕은 백미라 할 수 있다. 고기에서부터 식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은 집인데 가게 벽면에는 그 흔한 '자랑'하나 안해놓았다. 사람들이 몰라줄 것 같아 괜히 화가 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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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쏘는 홍어회, 칼칼하고 새콤한 묵은 김치. 이 두 개성강한 스타들을 잡아주는 것은 고소한 돼지수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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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가=보기에도 앳된 여사장이 직접 모든 음식을 지휘하는 식당으로, 깔끔한 맛과 분위기로 젊은 층의 입맛까지 사로잡아 홍어의 저변을 넓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홍어 삼합은 가격별로 국내 산(8만원)과 아르헨티나 산(5만원)등 2가지가 있으며, 홍어칼국수, 홍어회, 전, 찜 등 다양한 메뉴를 갖췄으며, 홍어에 아직 자신이 없는 이들을 위해 보쌈에다 최근 돼지연탄불고기까지 추가했다.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근처 먹자골목에 위치. 서울 마포구 상암동 2-94. (070)8248-7139.출처 : 고향으로 (그리스도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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