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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연중 제19주일(마태 14,22-33)김기성 다니엘 신부
목욕탕 속의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 시원하다 들어와라.”
아들이 탕에 들어가 뜨거워하며 하는 말,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우리가 믿는다고 할 때, 믿음을 한자로 쓰면 이렇습니다.
『信』
이 글자는 사람 人변에 말씀 言자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믿는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사람의 말을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당신 말이 옳습니다.”
“당신 말이 진실입니다.”
“당신 말대로 될 것입니다.” 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예수님을 믿습니까?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당신 말이 옳습니다. 당신 말이 진실입니다. 당신 말대로 될 것입니다.”
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 말을 히브리말로 하면 한마디로 “아멘”입니다.
그러니까 믿음이란 곧 아멘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 기도드리실 때, “아멘, 아버지.” 하고 기
도드리셨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믿습니다. 아버지.” 하고 나서 기도한다는 것입니다.
이 믿음의 힘이 얼마나 큰지 보십시오.
라자로를 살릴 때도 예수님께서는 “아멘, 아버지. 제 기도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드리셨습니다.
그렇게 기도드리시고 나서 “라자로야, 나오너라.” 하셨습니다.
믿고 기도하는 그 힘으로 라자로는 살아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병자들을 치유하실 때 언제나 믿음을 요구하셨습니다.
“너는 나를 믿느냐? 너의 소원을 내가 이루어 줄 수 있다고 믿느냐?”
그러고 나서 “눈을 떠라, 일어서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너의 믿음이 너를 살렸다.” 하셨습니다.
“너에게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만 있어도 이 산더러 바다에 빠져라 해도
그대로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주님께 “주님이십니까? 그렇다면 저더러 물위로
걸어오라고 하십시오.”라고 말합니다.
주님께서 “오너라.” 하시자 베드로는 물위를 걷게 됩니다.
하지만 베드로가 어떻게 되는지 보십시오.
베드로는 조건의 기도를 바쳤습니다.
조건의 기도는 언제나 불신을 낳습니다.
베드로는 결국 믿음을 잃어버리고 물에 빠지게 됩니다.
주님께서 베드로를 살려 주시며 말씀하십니다.
“왜 의심을 품었느냐? 그렇게도 믿음이 약하냐?”
우리도 베드로처럼 기도할 때가 많습니다.
“주님, 당신이 정말 저를 사랑하신다면 이번에 꼭 성공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주님, 당신이 정말 구세주라면 이번에 꼭 제가 이길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하지만 여러분 명심하십시오.
주님께서는 믿음으로 감사하며 바치는 기도는 즐겨 응답하시지만 조건의
기도, 불신이 담긴, 긴가민가하면서 바치는 기도에는 쉬이 응답하시지 않
습니다.
왜냐하면 주님의 일은, 하느님의 일은 믿음 안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입
니다.
주님께서는 풍랑에 휘말려 고생하는 제자들을 보시고 제자들을 구하러 오
셨습니다.
그러나 주님을 풍랑에 흔들리는 배에 모시는 방법은 믿음뿐이었습니다.
베드로가 의심을 버리고 주님께 믿음을 두며 “주님, 살려 주십시오.”
했을 때 비로소 예수님께서 배에 오르십니다.
처음에는 “주님이라면 물위를 걷게 해 주십시오.” 했지만 나중에는
“주님, 살려 주십시오.” 했습니다.
조건의 기도가 믿음의 기도로 바뀐 것입니다.
베드로는 유령으로 알고 긴가민가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믿음을 가졌습
니다.
혼자 헤엄쳐 갈 수도 있었고 동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구할 수도 있었
지만 베드로는 자신의 생명을 주님께 맡겼습니다.
믿음으로 주님을 불렀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배에 오르셨습니다.
그러자 어떻게 되었습니까?
“주님께서 배에 오르시자 바람이 그쳤다.”
여러분은 참으로 믿습니까?
주님의 말씀을 믿습니까?
“언제나 항상 너와 함께 있겠다. 나를 불러라. 내가 너의 힘이 되어 주
겠다. 믿음으로 기도하는 곳에 나도 항상 함께 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긴가 민가의 기도, 조건의 기도를 하지 말고 믿음의
기도를 하십시오.
“아멘, 아버지, 감사합니다.” 하고 말하면서 기도하십시오.
풍랑에 흔들리는 배처럼, 인생의 온갖 고통과 시련에 흔들리는 우리 인
생이라는 배에 주님을 모시는 길은, 오로지 한 가지, 믿음의 기도뿐입니
다.
약속의 땅을 향해 먼 광야의 길을 걷는 우리가 약속의 땅을 차지할 수 있
는 방법은 믿음의 기도뿐입니다.
믿음의 마음, 신념, 믿음의 기도로 베드로는 풍랑에 흔들리는 배에 주님
을 모셨습니다. 그러자 풍랑이 멈추고 평화가 왔습니다.
전쟁 때에 있었던 일입니다.
5,000명이나 되는 적군을 앞에 두고 아군 장군(아군은 1,000명)이 두려움
에 떨고 있는 병사들에게 “이 동전을 가지고 신의 뜻을 살펴보자. 이 동
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우리가 이기고 뒷면이 나오면 신의 뜻대로 우
리가 지는 것이다.”라고 말하고는 동전을 던졌습니다.
앞면이 나왔습니다.
전쟁에서 이겼습니다.
후에 부하가 장군에게 “장군님, 그때 혹시 뒷면이 나오면 어찌할 뻔 했
습니까?” 하고 물으니 장군이 동전을 보여 주었습니다.
동전은 양쪽 다 같은 앞면의 그림이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섭리입니까?
아니지요.
믿음의 힘입니다.
신념의 힘입니다.
믿음과 신념 안에 하느님께서 활동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믿음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믿는다는 것은 곧 “아멘”입니다.
“당신 말이 옳습니다.”
“당신 말이 진실입니다.”
“당신 말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주님,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을 믿음으로 제 영혼에 제 삶에 모시오니 저를 살려 주십시오.”
“아멘.” 하면서 나의 믿음을 주님께 고백해야 할 것입니다.
대화성당 김다니엘신부의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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