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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2016.06.07)

그리스도향기

by 로킴 2016. 6. 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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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7일 연중 제10주간 화요일

독서 1열왕 17,7-16

그 무렵 엘리야가 숨어 지내던 7 시내의 물이 말라 버렸다. 땅에 비가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8 주님의 말씀이 엘리야에게 내렸다. 9 “일어나 시돈에 있는 사렙타로 가서 그곳에 머물러라. 내가 그곳에 있는 한 과부에게 명령하여 너에게 먹을 것을 주도록 해 놓았다.” 10 그래서 엘리야는 일어나 사렙타로 갔다.
그가 성읍에 들어서는데, 마침 한 과부가 땔감을 줍고 있었다. 엘리야가 그 여자를 부르고는, “마실 물 한 그릇 좀 떠다 주시오.” 하고 청하였다. 11 그 여자가 물을 뜨러 가는데, 엘리야가 다시 불러서 말하였다. “빵도 한 조각 들고 오면 좋겠소.”
12 여자가 대답하였다. “주 어르신의 하느님께서 살아 계시는 한, 구운 빵이라고는 한 조각도 없습니다. 다만 단지에 밀가루 한 줌과 병에 기름이 조금 있을 뿐입니다. 저는 지금 땔감을 두어 개 주워다가 음식을 만들어, 제 아들과 함께 그것이나 먹고 죽을 작정입니다.”
13 엘리야가 과부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고 가서 당신 말대로 음식을 만드시오. 그러나 먼저 나를 위해 작은 빵 과자 하나를 만들어 내오고, 그런 다음 당신과 당신 아들을 위하여 음식을 만드시오.
14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소. ‘이 주님이 땅에 비를 다시 내리는 날까지, 밀가루 단지는 비지 않고 기름병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 15 그러자 그 여인은 가서 엘리야의 말대로 하였다. 과연 그 여자와 엘리야와 그 여자의 집안은 오랫동안 먹을 것이 있었다. 16 주님께서 엘리야를 통하여 하신 말씀대로, 단지에는 밀가루가 떨어지지 않고 병에는 기름이 마르지 않았다.


복음 마태 5,13-1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3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14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 15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16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지난 토요일부터 어제까지 2박 3일 동안 갑곶성지 영성센터에서는 피정이 있었습니다. 배를 타고서 4시간 정도 가야 도착할 정도로 먼 곳에 위치하고 있는 백령도 본당 신자들 60명의 피정이었습니다. 보통 저의 역할은 피정 강의만을 담당했지만, 이번 피정의 경우는 기상에서부터 취침까지 다 제가 신경 써야만 했기 때문에 조금 지치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솔직히 ‘그냥 기도문 나눠주고서 알아서 하라고 할까? 그냥 자유 시간을 주면 어떨까?’ 등등 저의 편함을 누릴 생각들만 계속 나는 것입니다. ‘그래도 멀리서 오신 분들인데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라면서, 조금이나마 주님을 더 느끼고 돌아가실 수 있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신경 쓰면서 피정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어제 낮, 피정을 마치면서 몸은 정말로 힘들었는데 기분은 너무나 좋았습니다. 2박 3일의 일정 동안 지치고 힘들어서 종종 마음이 새까매진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모든 일정을 마친 그 순간 그리고 밝은 표정으로 돌아가는 교우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 줄기 빛이 제 마음을 환하게 비추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피정을 마치신 교우들이 너무나 좋은 피정이었다면서 올 가을에도 다시 오겠다고 하시는데, 며칠 동안 고생한 것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라고 생각되면서 큰 기쁨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될 때 마음이 환하게 되면서 이렇게 큰 기쁨을 체험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힘듦만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밝게 빛나는 내 마음의 변화를 느낄 수도 없으며, 당연히 여기서 느낄 수 있는 기쁨도 없을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리고 ‘세상의 빛이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소금과 빛이 될 것이다.’라는 식의 가정법도 아니고, 먼 미래의 일처럼 하시는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세상의 소금이고 빛이라고 규정을 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규정하셨다면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즉, 세상을 환하게 비출 수 있는 존재, 그리고 소금처럼 세상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밖에 버려져 짓밟히는 것처럼, 주님으로부터 내쳐질 것이라고 하십니다.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꼭 필요한 존재가 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요? 나만을 위해서 살면 불가능합니다. 솔직히 ‘나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이렇게 이기적으로 자기 욕심만 챙기며 살아가면 그 곁에 사람들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 더 어렵고 힘든 삶의 연속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꼭 필요한 존재,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도록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규정되어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사람을 도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대인들에게 한가한 시간이란 그렇게 많지 않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쓰는 시간은 하느님이 주신 보물이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스테폰 포르토시스).


피정을 받으신 백령도 신자분들.


주전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소설책에서 ‘주전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이라는 질문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단순하게 물의 배출구, 아니면 손잡이 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주전자 전체가 다 중요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느 한 부분도 필요 없는 부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전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전자가 아닌, 비어 있는 부분이지요. 비어 있는 장소에 무엇인가를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밀로라드 파비치, 장편소설 '하자르 사전' 중에서)

이 부분은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주전자 자체만 중요하다고 생각했지, 물을 채울 수 있는 비어 있는 부분을 생각하지 못한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역시 이렇게 눈에 보이는 부분만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어 있는 부분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 생길 것입니다.


강화 앞바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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