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이 성서 말씀을 묵상할 때마다 생각나는 신부님이 계신다.
서품 성구를 이 말씀으로 택하신 분이신데 정말 이렇게 살고 계신다.
이 신부님에게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부탁하면 항상 "YES."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있는 모든 시간과 공간, 소유물 심지어는 자신의
몸까지도 자기 것이 아닌 하느님
께 거저 받은 것이기 때문에 거저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힘들 때 전화해서 "쉬고 싶어요" 하면 영락없이 "응, 와" 이러신다. 그리고는 모든
시간과 공간, 마음을 다 허락해서 위로해
주신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굉장히 심각한 위기에 빠져서 얼마간 휴식이 필요할 때였다.
마땅히 친구를 보낼 곳도 없고 해서 그 신부님께
전화해서 "친구가 많이 힘들어요.
쉴곳이 필요해요." 그랬더니
"응, 보내" 그러신다.
마침 산골 성당이라 쉬기에는 참 좋은 곳이었다.
그런데 친구를 데리고 가보니 조그만 사제관만 하나 달랑,,,, 공간이 없다.
이 난관을.... 쩝.쩝.쩝....... 하고 있는 내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 신부님 "이 사
제관에서 쉬라 그래. 난 사목회장님집에서
며칠 살기로 했어" 그러더니 주섬 주섬
옷가지를 챙겨서 나가신다.
기가막혀!!!
다른 신부님들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아닌가. 모든 신부님이 다 열려 있나.
???... 죄송 *^_^*)
하여튼 그 친구는 이틀을 편안하게 잘 쉰후 돌아갔고 신부님의 조언과 상담으로 새
로운 삶의 희망을 찾아 잘 살고 있다.
십수년전 후배의 아버님이 급성 간암으로 40대 후반에 돌아가셨다.
가족들의 충격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장례를 치르고 그 충격을 어쩔 줄 몰라하는 후배를 데리고 그 신부님을 찾아 강원
도 산골짝을 찾아갔다.
"신부님, 위로가 필요한 친구가 있어요" 역시 "응, 데리고 와" 새벽 두시까지 그
후배와 그 본당의
신학생(방학이니까...)과 또 다른 후배와 식복사와 신부님...
실컷 재미있게 놀다가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막 잠이 들려는 데 신부님이 우리 방에 오시더니 "세실리아(그 후배 본명) 나 좀
보자" 그러신다.
그 후배는 평소 그 신부님 실력(한번 엉키면 끝까지 상대를 넉 다운 시키고야 마는
....)에 대해 내게 이미 들었기에....
"언니, 살려줘. 나 좀 못 끌려가게 해줘"그러면서 버텼으나 결국 끌려가서 새벽
일곱시에 돌아왔다. 물론 나는 혼자 잘 자고
있었고...
그런데 그 후배 새벽 일곱시에 들어 오더니 아직도 잠이 덜 깬 나를 붙들고 엉엉
울면서 "언니, 고마와. 나 여기 데려와
주어서...."
이런다. 내 볼에 뽀뽀까지 하면서....
아침 식사때 내가 "아니 신부님, 밤새 애를 얼마나 볶았으면 이렇게 갑자기 애를
개과천선(?) 시켜놓았어요?" 하니까 "난 아무
것도 한 것 없어. 그냥 내가 거저
받은 은총을 거저 나눠 주었을 뿐이야"그러신다.
그러더니 이건 우리 후배만 치유해서는 안 된다며 당장 서울에 전화 걸어 후배의
엄마도 오라고 그러란다.
워낙 다복한 가정이라 남편없이는 한 발자국도 혼자 여행을 다녀 보지 않았던 그
엄마는 신부님 명령이니까 오긴 와야 하는
데...
눈이 엄청나게 온 겨울 날, 비포장 도로로 두시간이상이나 가야 하는 길이 있고..
하여튼 총 여섯시간에 걸쳐서 산골로 들어
오셨다.
물론 그 날 밤은 그 엄마를 넉다운(?)시켜 놓았다.
그 가족은 신부님 덕분으로 충격적인 사별의 아픔을 잘 견뎌 내었고 지금은 그 가
족뿐 아니라 친척(이모, 삼촌,,,)모두 신부님의
열렬한 팬이 되어 가끔 온 친척들
이 몰려가 신부님과 함께 고스톱을 치면서 우애를 다지고 슬쩍 판돈을 잃어주고
오신다.*^_^*
그냥 자신이 거저 받은 은총이 너무나 크고 놀랍기 때문에 남에게 거저 줄 수 밖에
없다고 말씀하시는 그 신부님을 뵈면서 정말 나도
항상 열려 있는 마음으로 누군가
가 도움을 요청할 때 "Yes"라고 대답하고 싶다.
나 또한 하느님께 거저 받은 사랑과 은총이 차고 넘치기에..... 그런데 주는 것은
사실 잘 안된다.
이 복음을 볼 때마다 복음을 살고 계신 그 신부님이 생각난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6월 13일 월요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마태 5,38-42) (0) | 2005.06.13 |
---|---|
6월 12일 연중 제11주일(마태 9,36-10,8) (0) | 2005.06.13 |
6월 11일 연중 제10주간 토요일(마태 5,33-37)김기성 다니엘 신부 (0) | 2005.06.11 |
6월 10일 연중 제10주간 금요일(마태 5,27-32) 김기성 다니엘 신부 (0) | 2005.06.10 |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0) | 2005.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