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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월요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마태 5,38-42)

그리스도향기

by 로킴 2005. 6. 1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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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월요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마태 5,38-42)

[상지종 신부]

얼마 전 함께 하고 있는 한 친구(청년)가 제게 전화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
면서 한풀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신부님 때문에... 제 입장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세요?'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기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내게 그렇게 말할 수 있니? 그것도 네가... 다 집어 치우면 될 것 아니야!'

몇 번의 대화가 오가고 난 후에 전화를 확 끊어버렸습니다.

지금까지 전화를 그렇게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조금만 더 이성적으로 생각을 할 것을...

내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짧은 순간에 이런 저런 생각에 혼돈스러웠습니다.


다음 날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다시 걸려왔습니다.

'신부님... 어제는 제가 죄송했어요... 신부님... 괜찮으세요...'

'응, 난 괜찮아...넌 좀 어떠니...계속 해서 힘내서 일해야지...'

그 친구와 나 사이에 다시 화해와 평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솔직히 그 날의 대화를 떠올리면 아직도 그 친구가 내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는 생각이 듭
니다.

사실 그 친구가 내게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돌이켜보면, 그 친구가 내게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 있었
습니다.

그 친구 역시 '사람'이기 때문이니까요.

그 친구가 내게 전화를 했을 때, 이런저런 한풀이를 늘어놓았을 때, 나는 그 친구를 보지 못
했습니다.

그 친구의 말에 집착했을 뿐입니다.

그 순간 그 친구를 보았다면, 그 친구를 느낄 수 있었다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음으로써
그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친구는 나를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힘든 상황을 그렇게라도 풀고 싶었었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그 날 나는 그 친구가 아니라 나만을 생각하고 나에 대한 그 친구의 믿음을 저버렸습
니다.

일상생활 안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자그마한 일이었지만, 며칠 전의 이 일로 말미암아 오
른쪽 뺨을 때리거든 다른 쪽 뺨마저 돌려대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이렇게 어렵
다는 것을 새삼 체험했습니다.

뺨을 맞는 억울함이 아니라 뺨을 때리는 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면, 다른 뺨을 대지는
못할망정 '왜 때려? 네가 나를 때릴 수 있어?'라고 외치면 그 사람을 때리기 위해 달려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을 따른다면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삶의 기쁨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저버리는 부족한 내 자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안타
까운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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