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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2016.05.31)

그리스도향기

by 로킴 2016. 5. 31.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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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31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독서 스바 5,14-18

14 딸 시온아, 환성을 올려라. 이스라엘아, 크게 소리쳐라. 딸 예루살렘아,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15 주님께서 너에게 내리신 판결을 거두시고, 너의 원수들을 쫓아내셨다. 이스라엘 임금 주님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니, 다시는 네가 불행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16 그날에 사람들이 예루살렘에게 말하리라. “시온아, 두려워하지 마라. 힘없이 손을 늘어뜨리지 마라.” 17 주 너의 하느님, 승리의 용사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다. 그분께서 너를 두고 기뻐하며 즐거워하신다. 당신 사랑으로 너를 새롭게 해 주시고, 너 때문에 환성을 올리며 기뻐하시리라. 18 축제의 날인 양 그렇게 하시리라. 나는 너에게서 불행을 치워 버려, 네가 모욕을 짊어지지 않게 하리라.


복음 루카 1,39-56

39 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40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41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42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43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44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45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46 그러자 마리아가 말하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47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48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49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50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51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52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53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54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55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56 마리아는 석 달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어제는 무척 슬픈 날이었습니다. 새벽에 아침 운동을 하고 있는데 문자 메시지가 한 통이 온 것입니다. ‘이 새벽부터 무슨 일이야?’하고 확인을 하는 순간에 깜짝 놀랐습니다. 인천교구장님이신 최기산(보니파시오) 주교님께서 위독하시다는 메시지였지요. 그리고 어제 오전에 선종하셨습니다.

교구청에서 주교님과 7년 동안 함께 했었던 기억을 떠올리니 더욱 더 아픔이 크게 느껴집니다. 얼마 전에 갑곶성지에 방문해주셔서 이제까지 제가 했던 일을 보고했지요. 그런데 보고 때마다 계속해서 “잘 했다. 잘 했어. 정말 잘 했어.”라고 칭찬해주셨던 것이 주교님과의 마지막 만남이었네요. 그때의 만남이 마지막이라고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 있는 요즘에 일흔도 되시지 않았는데 주님께서 불러 가실 것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아쉬움이 더 많이 남습니다. 주교님께 맛있는 커피 한 잔이라도 직접 타 드릴 걸, 찾아뵙고서 식사 대접이라도 할 걸, 곧 있을 영명 축일을 맞이해서 선물이라도 미리 갖다드렸으면…… 등의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 때문입니다.

늘 밝게 웃으시면서 “잘 되고 있지?”라고 물어주시던 주교님의 모습이 훤한데 유리관 안에서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누워 계시는 모습이 너무나도 어색하게만 보일 뿐입니다. 그러면서 만남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의 만남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정말로 의미 있는 만남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유익한 만남보다는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더 나을 것만 같은 후회하는 만남을 만드는 경우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만남이 되어야 하는데,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 만나려고 하니 좋은 만남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잉태하신 성모님께서 친척인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 만남은 서로에게 큰 힘을 주는 만남이었습니다. 주님의 어머니가 찾아오심으로 인해 늙은 나이에 갖게 된 아이의 존재 이유를 깨닫게 되었으며, 엘리사벳의 구세주의 어머니라는 고백에 힘을 얻어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구원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만남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신을 위한 만남, 무엇인가를 채우기 위한 만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서로에게 힘이 되는 만남이었고, 그 만남의 한 가운데에는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굳은 믿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믿음이 있었기에 어떤 흔들림 없이 아름다운 만남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우리에게는 많은 만남이 다가올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어떤 만남을 만드시겠습니까? 후회 가득한 만남이 아니라 참 기쁨을 이룰 수 있는 만남이 되어야 합니다.

주교직을 수행하시느라 그동안 너무나 수고 많으셨던 주교님께 영원한 안식을 주시길 주님께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모든 만남은 삶의 성숙과 진화를 가져온다. 다만 그 만남의 의미를 올바로 보지 못하는 자에게는 스치는 인연일 뿐이지만, 그 메시지를 보고 소중히 받아들이는 이에게 만남은 성숙의 과정이다(법상).


유리관 안에 말 없이 누워계신 주교님.


중독에서 탈출해야 할 때는?

예전에 구피라는 물고기를 어떤 분이 선물로 몇 마리 주셔서 키웠던 적이 있습니다. 암컷이 6Cm, 수컷이 3Cm 정도의 크기로 키우기 쉽고 번식력이 강해서 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상한 것입니다. 분명히 번식력이 좋다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처음에 받은 숫자 그대로인 것입니다. 언젠가는 낳겠지 라는 마음으로 별 관심을 쏟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몇 마리가 죽어서 숫자가 줄어들 뿐 늘지는 않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받은 구피가 다 수컷인가라는 생각도 했지요.

우연히 제게 구피를 주셨던 분을 만났습니다. 그때 제가 물었지요. 왜 새끼를 낳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새끼를 많이 낳는 물고기인데, 워낙 잡식성이라 낳은 자기 새끼까지 먹어 치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끼를 잡아먹는 구피를 잽싸게 격리시켜서 새끼들이 다 컸을 때 만나게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이는 다른 생명체에 비해서 신경을 덜 쓴다는 것이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작은 생명을 돌보는 일에도 정성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작은 생명에도 관심이 있어야 하는데, 하물며 사람과의 만남은 어떨까요?


성모님과 엘리사벳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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